SNS를 보다 보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피곤해질 때가 있어요. 꼭 누가 나쁜 말을 해서가 아니라, 무심코 스친 타인의 일상이 내 감정을 뒤흔들곤 하죠. ‘나만 뒤처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거나,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라는 비교가 시작되면 그 하루는 온전히 내 것이 아니게 됩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팔로우 정리를 시도하곤 해요. 하지만 ‘언팔’은 곧 관계의 신호처럼 여겨지기도 하니, 그마저도 조심스러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제안하고 싶어요. 팔로우를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팔로우 정리 대신 관심 끄기 연습을 해보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훨씬 가볍고 평온한 SNS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거든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건 ‘사람’이 아니라 ‘상황’일지도 몰라요
SNS를 스크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탁’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사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싫어했던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이 올린 일상, 혹은 행복한 소식에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고, 위축되거나 초조해지기도 해요. 이런 감정이 들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 팔로우 정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계정을 정리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죠. 하지만 막상 ‘언팔로우’를 누르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거나, 현실의 지인이거나, 혹은 굳이 관계를 끊을 정도는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요.
이럴 때, 우리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건 이거예요. ‘나는 정말 이 사람 자체가 싫은 걸까? 아니면 지금 내 상태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까?’ 많은 경우에, 답은 후자일 거예요. 그 사람이 문제라기보단, 지금 내가 지쳐 있거나, 감정적으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여행 사진이나 커리어 성취 소식이 예전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계속 ‘비교’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에요. 지금의 내가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다는 신호예요. 이럴 때는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자극을 조절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에는 상대방은 그대로 두고, 내 피드에서만 조용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관심 끄기’, ‘숨기기’, ‘일시적으로 보기 안 함’ 등의 기능이 있어요. 이걸 활용하면 굳이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의 안정은 지킬 수 있어요.
이건 어쩌면 아주 성숙한 거리두기의 한 방법이에요. 사람 자체를 싫어하거나 외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 감정의 컨디션에 맞춰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조절하는 거죠. 그렇게 관심을 잠시 끄고 나면,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져요. 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하루를 더 온전히 나답게 보낼 수 있고, SNS를 볼 때의 기분도 덜 흔들립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을 때, 내가 다시 관심을 켜면 돼요. 그건 너무 늦은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일 뿐이니까요.
‘관심 끄기’는 회피가 아니라, 건강한 거리두기예요
우리는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라는 말을 참 쉽게 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싫은 걸 무시하고 외면하는 게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SNS는 의도하지 않아도 타인의 정보가 눈앞에 펼쳐지고,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 가질 만한 자극을 골라서 끝도 없이 흘려보내죠. 그 속에서 ‘보기 싫은 걸 보지 않는 것’은 정말 의식적인 선택이 돼야만 가능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면 우리는 자주 ‘이기적이다’거나, ‘예민하다’거나, ‘너무 민감하다’는 평가를 먼저 떠올리게 돼요. 특히 ‘관심 끄기’를 하거나, 어떤 피드를 보지 않기로 결정하면 “내가 도망치는 건가?” “이걸 참아야 어른이지 않나?” 같은 자책이 먼저 따라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모든 말을 듣지 않고, 모든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도 않죠. 적당한 거리감은 인간관계에서 오히려 건강한 것입니다. SNS라고 해서 그게 다를 이유는 없어요.
SNS는 무조건 ‘연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때로는 ‘거리를 조절하는 기술’을 익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관심 끄기’는 회피가 아니라, 지금 이 시기의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한 번 생각해볼까요? 우리가 물리적으로도 피곤하면 시끄러운 곳을 피하거나, 사람 많은 곳을 일부러 가지 않잖아요? 그건 도망이 아니에요. 지금의 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에요. 감정도 똑같아요. 지금 내가 뭔가 힘들고 지쳐 있다면, 굳이 비교하고 위축될 자극을 매번 눈앞에 둘 필요는 없어요. 관계를 끊을 필요도, 말을 아프게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조용히’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면 됩니다.
관심 끄기는 나만 알고 있는 감정 필터예요. 상대는 전혀 모르게, 나는 내 감정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죠. 피드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내가 흔들릴 만한 정보들이 줄어들기 시작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사람의 글이나 소식을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면, 그때 천천히 다시 관심을 켜도 돼요. 무리하게 견디거나, 억지로 참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럴수록 우리는 더 자주 지치고, 관계에도 피로감이 생기니까요. ‘관심 끄기’는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아주 사려 깊은 거리두기예요.
내 피드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있으면 돼요
SNS 피드는 마치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 같아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 피드의 분위기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죠. 그래서 피드를 정리한다는 건 단지 정보를 줄이는 게 아니라, 나의 정서적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해요. 우리가 사는 공간을 꾸밀 때 마음이 편해지는 색, 좋아하는 소품, 환기가 잘 되는 창을 두는 것처럼 SNS 공간도 나를 편하게 해주는 요소들로 채울 수 있어야 해요.
‘관심 끄기’를 활용하면 내 피드에 들어오는 자극을 줄일 수 있어요. 관계는 그대로 두되, 내가 마주하고 싶은 정보만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죠. 그렇게 하나둘 관심을 꺼나가다 보면 놀랍도록 달라진 피드를 보게 돼요. 더 이상 무거운 감정도, 의미 없는 비교도 줄어들고 좋은 말, 따뜻한 콘텐츠,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들만 남아요. 그게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에 SNS를 켰을 때의 기분 자체가 달라져요. 예전에는 ‘나 왜 이렇게 뒤처졌지’라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나도 괜찮아, 오늘 하루도 잘 살자’는 기분으로 바뀌는 거예요. 관심을 끄고 남긴 것들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정보, 감정, 자극뿐이에요.
그 필터링은 스스로 해내야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그건 자기 감정을 잘 알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내 피드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있어도 괜찮아요. 굳이 모든 걸 다 마주할 필요도,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할 필요도 없어요. 관심을 끄고 나면, 그 여백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이 더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그게 바로, 지치지 않고 SNS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자, 관계를 해치지 않고 나를 돌보는 방법이에요.